밤에 운전하는 건 위험한 일이었다. 그러지 않아도 어두워 시야가 좁은데 들짐승이며 죽은자들이며 튀어나와 진로 방해를 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온 신경을 운전하는 데에 집중해야 하는데, 아까부터 시끄럽게 노래를 부르는 ‘여자’ 때문에 리는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진짜 저 지옥의 주둥이 총으로 쏴 버리고 싶다. 리가 몇 번이고 입 좀 다물라고 했지만 듣는 척도...
1. “공주가 죽었답디다.” “뭐요?” “공주가 죽었다고.” 믿기지 않는 이야기로 온 나라가 시끄러웠다. 소문의 근원지는 알 수 없었으나, 임금이 조용한 걸 보니 아마도 맞는 이야기인가 보다 하고 짐작하고 있을 뿐이었다. 대신들은 저들끼리 소곤소곤 거리며 비워진 용상을 흘끔 보았다. 예상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원하지 않던 혼인, 그리고 원하지 ...
… 아. 푸른 골짜기에 가신다고? 그쪽에 가는 걸 보니 방범대겠군! 보자……이번 계절만 해도 벌써 둘이었지. 아니 당신까지 하면 셋이겠군. 참 고생이 많소. 방범대 양반. 푸른 골짜기에 향하던 도중이었다. 술을 마신 탓인지 화장실이 급해 어쩌지 하고 있던 차에 나타난 주유소에 리는 무작정 내려 화장실을 이용했다.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게 해줘 고맙다는 의미...
항구의 낮은 한결같다. 덥고, 시끄럽고, 또 눈이 부셨다. 점심도 되지 않은 시간. 제일 사람들이 활기찰 시간에 ‘리’는 종이를 들여다보며 한숨을 쉬었다. 지역 이름이 ‘항구’인 이곳은 리가 태어난 곳은 아니었다. 다만 리가 막 술을 마실 수 있는 나이가 됐을 때부터 직업을 갖기 시작한 때부터 함께한 곳이라 애착이 가는 곳이었다. 그런데 이곳을 떠나야만 한...
우리는 내일 죽는다. 죽기 전에 하고 싶은 건 적어도 99개 정도는 될 줄 알았는데, 노트에 정리해놓고 보니 열 개가 전부였다는 충격만큼이나 눈앞에 있는 건 끔찍했다. 미친년. 지 젖은 왜 내놓고 다니는 거지. 그것도 대낮에 길거리에서. 내 표정을 발견했는지 너의 입꼬리가 위로 올라갔다. 너는 죽기 전까지 하고 싶은 건 아마 만 가지나 될 거라고 그랬다. ...
최현서. 삼반 애들에게 그 부름이란 매일같이 들려오는 익숙한 것이었다. 그 때문일까 새롭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고 제 할 일을 했다. 최현서. 다시 한번 이름이 불리고, 교실 뒷자리에 앉아 있던 애가 자리에서 일어나 뒷문을 닫음과 동시에 시선이 쏠렸다. 다시 문이 열리고 등장하는 이에 또 왔네, 그 말을 뱉어내고선 각자 할 일을 했다. 그래, 이름을 부르는...
열어둔 창문 사이로 후덥지근한 바람이 들어왔다. 청은 창틀에 걸터올린 다리를 내렸다. 모기에 물렸는지 무릎이 간지럽다. 손톱으로 십자 모양 자국을 내고는 도로 창틀에 다리를 올렸다. 청은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플라스틱 통에서 자두 하나를 꺼냈다. 물기를 흰 반팔 티셔츠에 문질러 닦고는 한입 베어먹었다. “침대에 누워서 먹지 말라니까.” 엄마의 말에도 청은 ...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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