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파선5 바람, 달큰한 향, 사람들의 목소리. 그리고 다시 바람, 달큰한 향, 사람들의 목소리. 가만히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이 달큰한 향과 지금 이 상황은 범을 곤란하게 만들었다. 가까이 붙은 탓에 향이 온전히 범을 향했다. 인정하기 싫지만, 향기는 너무나도 매혹적이다. 이 연결을 끊어내기 위해 긴 숨을 삼켰을 때다. 시간의 한 조각이 날카롭게 머릿속을...
난파선 4 길엔 소문이 돌았다. 사람도 짐승도 아닌 것이 돌아다닌다고. 그 소문을 들은 여원은 예민하게 굴었다. 집을 지키는 호위를 셋이나 더 구했고, 그러지 않아도 이미 부적으로 빽빽한 기둥에는 새로운 부적이 자리를 차지했다. 이제 기둥은 나무의 흔적이 전혀 남지 않았다. 이 모든 건 소여가 태어났을 적에 들었던 무당이 한 말 때문이다. 짐승의 신부가 태...
“저 계집은 건들지 말거라.” 순덕할멈이 말했다. 용화는 영문도 모르면서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이다. 소개는 별것 없었다. 어떤 일을 하면 좋을지에 대해서 줄줄 말을 하더니 불쑥 계집을 건들지 말란 말을 뱉어낸다. 뭐, 감히 여인이라도 탐할까 봐. 용화는 바구니를 머리에 이고 가는 순덕할멈의 뒷모습을 보았다. 이번 집에서는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고개를 ...
난파선 3 발이 푹푹 빠지는 눈길을 걸었다. 아침 내내 빗자루로 쓴 것 같은데도 눈은 제법 쌓여 통행을 방해했다. 범은 옆을 보았다. 바람은 눈길을 걷는 게 기분이 좋은지 말처럼 껑충껑충 뛰어다녔다. 정신 사납다고 앞을 본 범은 생각했다. 얼마나 걸었을까. 물비린내만이 가득한 이 거리에서 달큰한 향이 코를 간질였다. 범은 표정을 찡그렸다. 이런 향은 한 번...
난파선2 눈보라가 일었다. 봄부터 시작된 기이한 눈보라는 여름이 지나 가을, 그리고 겨울. 또 봄이 돌아왔음에도 그칠 줄을 몰랐다. 그치지 않는 눈보라에 꽃이 싹을 피우지 못하니, 들판이 죽어버렸다. 그러니 농사가 전혀 되지 않아 사람들이 굶어 죽었다. 결국, 사람들은 기이한 날씨에 하늘이 노하셨다며 제를 올렸다. 엄한 이를 괴물로 몰아 죽이기도, 제물로 ...
범이 마을로 내려왔다. 아이 하나를 물고 달아났단다. 태어나기도 전부터 온갖 기이한 현상을 몰고 다니던 아이였기에 마을 사람들은 “내 그럴 줄 알았지.”하고 한마디씩 보탰다. 그렇게 툭, 툭, 한마딜 보태고, 보태고, 보태고, 보태다. 할 말이 없으면 아이를 잃고도 눈물 하나 흘리지 않는 어미를 보고서 혀를 끌끌 차댔다. 짐승도 제 새끼를 잃으면 눈물을 흘...
왼쪽은 '조이', 오른쪽은 '리'입니다. 아직 조이는 안 나왔지만... 다음 편부터 나올 예정이지만... 푸른 골짜기는 좀비물 아닌 좀비물입니다. 원래는 계획했던 건 더 큰 틀로 다른 중심 캐릭터들이 있었습니다. 다소 난잡해 보일 것 같아서 접을까 고민하던 중 얘네가 마음에 들어서 한번 델꼬 나와봤습니다. 빠밤님(@duckgeabam)커미션입니다.
!2017년 블로썸에서 판매한 단편집 12월에 수록된 단편중 하나인 '겨울'입니다. 소장본 가격과 글자수 대비하여 가격 책정 하였습니다 겨울이었다. 날씨가 제정신이 아닌지, 새하얀 눈발 대신 축축한 빗물이 때리던 날. 나는 추위에 몸을 오들오들 떨었다. 아무리 옷깃을 여며도 찬바람이 틈새로 파고들어, 고통스러움에 새우처럼 등을 굽혔다. 이럴 줄 알았으면 목...
씻고 나와서 아이스크림을 숟가락으로 떠먹고 있을 때였다. 문자가 온 것 같다 싶어 확인해보니 수영이였다. 그렇다고 답장을 하기 무섭게 휴대폰이 울렸다. 휴대폰을 꼭 붙잡고 있었나 보다. 그런데 지금 야자 할 시간 아닌가.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분명 야자 빼먹고 놀러 나왔을 게 뻔하기에. 그런데 얘 왜 이렇게 문자가 빨라. 밥 먹고 문자만 했나 보다....
참 웃긴 일이다. 김수영이 뺨을 맞았단다. 옆 반 도연이를 깔짝깔짝 건드리다 결국엔 뺨을 얻어맞았단다. 하필 쉬는 시간이라 옆 반 애들도 우리 반 애들도 그리고 그 옆 옆 반 애들도 지켜봤단다. 선생님이 지켜보지 않은 게 참 다행이었지만 수영인 저가 얻어맞은 게 영 분이 나는 모양인지 코를 씩씩 불어댔다. 고년을 반으로 접어버리겠다나. 나는 수영이의 이야기...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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